2024년 새해가 되면서 나이를 한 살 더 먹으니 어느덧 마흔이 넘어갔습니다. 보통 평균 수명을 80세라고 가정했을 때 딱 인생의 반을 넘긴 시점이며, 하루 24시간으로 비교하자면 정오를 넘긴 시점입니다. 사실 나이가 상당히 많이 든 것 같은 느낌이면서도 아직 정오 12시밖에 안 된 인생의 시간이라고 봤을 때는 여전히 젊고 할 일이 많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마흔을 넘기면서, 마흔에 대한 여러 가지 조언들과 깨우침을 주는 책들을 통해 인생의 반환점을 돌고 있는 지금 인생의 긴 여정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첫 번째 주자는 바로 쇼펜하우어입니다. 소제목으로 "마음의 위기를 다스리는 철학 수업"이라고 되어 있는데,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마흔을 앞두거나 혹은 40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들려주는 삶의 지혜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몇 가지 내용을 발췌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인간의 행복과 불행
"인간의 행복을 가로막는 두 가지 적수가 고통과 무료함인데, 우리의 인생이란 이 두 가지 사이를 오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외적으로 궁핍과 결핍이 고통을 낳는 반면 안전과 과잉은 무료함을 낳는다. 따라서 하층 계급 사람들은 궁핍의 고통과 끊임없이 싸우는 반면 부유하고 고상한 세계의 사람들은 무료함을 상대로 싸움을 벌인다. 행복과 불행은 객관적인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변덕스러운 감정에 달려 있다. 없으면 없다고 불평불만하고 많으면 많다고 지겨워하는 것이 인간의 심리다"
(p 36)
우리는 늘 많이 가지려 하지만 막상 많이 갖게 되면 신경 쓸 것이 많아 또한 불평하고 불만을 가지게 됩니다. 상황에 따라 나 스스로가 내리는 결정과 판단들이 변덕스러운 것은 어쩌면 인간의 심리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니 현재의 삶에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것을 배워야 되겠습니다
인간관계
"추운 날씨에 고슴도치들은 얼어 죽지 않으려고 달라붙어 하나가 되지만, 그들의 가시가 서로를 찌르는 것을 느껴 떨어진다. 그러나 추위를 견디지 못해 한 덩어리가 됐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하다 결국 상대방의 가시를 견딜 수 있는 적당한 거리를 찾는다. 서로를 따뜻하게 하고 싶어 하지만 서로의 바늘 때문에 접근할 수 없었고 서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 체온을 나눴다는 지혜다... 인간관계의 어려움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꽤나 힘든 과제이기도 하다. 직장에서 상사와 동료,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 학교에서 선생과 학생들이 잘 지내는 일은 어렵다. 고슴도치의 딜레마를 통해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공존하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p 171)
젊었을 때는 소속된 조직이나 사회생활에서 둥글게 살아가는 것이 인간관계의 전부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인간관계가 주는 스트레스가 그리 크지 않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며 나와는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 언제까지 받아주고, 참아주고 살아야 되나 라는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스트레스의 무게감이 훨씬 크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고슴도치의 딜레마처럼 나 또한 가시가 있는,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 너무 다가가려 하지도, 또 너무 홀로 떨어있지도 않는 적당한 거리에서의 인간관계를 해야 되겠습니다.
현재의 가치
" 미래가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생각으로 급히 쫓아가는 반면에 현재는 거들떠보지도 즐기지도 않고 지나쳐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현재만이 진실하고 현실적이고 확실한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오늘은 단 한 번뿐'이라는 사실을 되새기며 현재를 의미로 채울 필요가 있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현재 그 자체를 기분 좋게 받아들여 즐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오늘이 내일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확신하는데, 그것은 착각이다. 인생 전체를 구성하는 하루하루는 똑같은 것이 아니라 어제와 다른 늘 새로운 것이다. 현재의 가치를 늘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된다. 과거와 미래에 빠져 있는 사람은 아무런 걱정 없이 살아가는 매 순간의 가치를 모르고 지나가는 일이 많다" (p 201)
현재라는 시간을 우리는 참 많이 간과하는 것 같습니다. 어느 인터뷰에서 5년 후에는 어떻게 살고 싶으세요?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며, 새로운 도전을 상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현재는 어떤지 물어봤을 때 반복되는 일상이고,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며 어쩔 수 없이 살아가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바로 5년 전, 그토록 꿈꾸고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했던 시간과 같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현재라는 시간을 크게 개의치 않고 꾸역꾸역 살아가면서도 미래에는 더 나은 행복이 있을 것이라 착각할 때가 있습니다. 현재의 가치를 매 순간 재평가하면서 살아가야 되겠습니다. 현재라는 시간이 모여 미래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내일이라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단지 지금이라는 시간만 있을 뿐입니다.